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조안이다

Posted by Naveen
2014. 8. 14. 12:11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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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출근길에 만난 길냥이가 한마리 있었어요.

꼬리 짧은 삼색이었죠.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길래,

시크하게 앉아있던 아이에게 소심하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걸어봅니다.



무섭게 쳐다보네요.

살짝 고민하는 것 같죠?



도망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손에 입을 대고 인사를 받아줍니다.


길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 게 흔치 않은 일인데,

겁이 없는 아이인가봐요.


이러다 못된 사람들한테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우린 이 고양이를 기억에 담고 있었어요.



비가 내리던 8월 초 어느 날.

다시 출근길에 꼬리 짧은 삼색이를 만났어요.



길 고양이들은 평소에 깨끗한 물을 마시기 힘든데,

비가 내리는 날엔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 다행이죠.


어딜 가고 있었던 걸까요?

아마 비를 피할 장소를 찾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바로 몇일 전, 다시 만났어요.

역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네요.


삼색이의 99%가 암컷이니까 이 아이도 아마 여자 아이일꺼에요.



응?

너 지금 뭐 하는거니? ㅋㅋㅋ

낯선 사람 앞에서 뭐 하는거야? ㅋㅋㅋ

길 고양이가 사람 앞에서 일을 보다니!


갑자기 땅을 팍팍 파더니 자세를 잡고 힘을 주네요.

작은건지 큰건지는 모르겠지만,

묘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얼른 자리를 떴습니다.

덕분에 와이프랑 웃으며 출근했네요.


세번이나 만난 인연도 있고 이름을 지어줄까 그랬더니,

와이프가 "조안"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자고 그럽니다.


"뭔 뜻이야?" 라고 물어보니,

"조신하지 않다." 줄여서 "조안" 이라고 하네요.

하긴 낯선 사람 앞에서 저렇게 일을 보는게 조신한건 아니죠.



그래서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조안이다.


다음에 건강하게 또 만나자, 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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